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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강좌

[아주 특별한 사진수업] 1. 이름 붙이기

by 새롬 /조철행 2015. 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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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사진수업] 1. 이름 붙이기

 

'굿모닝'

바라보기 01 - 이름 붙이기

사람들은 사진을 종종 그림과 비유합니다. 잘 찍은 풍경사진을 보면 흔히 "그림 같다"는 말을 하죠. 이 말에는 자연 상태의 피사체를 마치 그림같이 아름다운 색감과 구도로 표현했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현실과 똑같아야 하는 사진이 그림처럼 인위적으로 아름답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사진과 그림은 사각형의 틀에서 이뤄지는 시각예술이라는 점에서 볼 때 닮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진이 탄생하는 과정을 보면 사진은 문학, 특히 시와 닮은 점이 많습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시인의 유명한 시 '꽃'의 한 구절입니다. 사진을 업으로 삼은 필자는 이 시를 참 좋아합니다. 시적 대상을 대하는 시인의 마음이 사진을 찍는 행위와 닮았기 때문입니다. 시는 시인과 꽃의 교감을 이야기합니다. 몸짓에 불과한 하나의 대상이 교감을 통해 꽃이라는 형이상학적인 존재로 시인에게 다가온 겁니다.

교감은 사진이 추구하는 정신입니다. 사진에서 교감은 피사체와 대화입니다. 마음의 대화를 통해 피사체와 감정을 나누는 겁니다. 그렇게 해서 '번쩍'하고 떠오르는 직관을 순간적으로 잡는 것이지요. 이는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말한 '결정적 순간'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사진을 찍을 때 의식하든 아니든 피사체와 교감합니다. 피사체와 감성적인 대화입니다. 사진가가 가진 감성의 폭과 깊이에 따라 사진의 품격이 달라집니다. 시인은 '몸짓'에 불과한 물체에 '꽃'이라는 이름을 붙여 줍니다. 사진 역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 자기만의 이름을 붙이는 작업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사물·풍경·인물 같은 무수히 많은 대상과 만납니다. 사진은 특정한 대상과 감성적으로 교감하고 자기만의 창의적인 시각으로 그 느낌을 표현하는 일입니다. 피사체에 담긴 이야기를 읽고, 인과관계를 밝히는 게 바로 사진입니다. 사진에서 피사체와의 교감은 매우 중요합니다. 교감이 없는 사진은 기계적인 복제일 뿐 사진이 아닙니다. 생명이 없는 껍데기일 뿐이지요. 피사체와 교감하는 것은 사진의 시작이자 끝입니다.

그래서 사진 공부는 감성 훈련에서 시작되야 합니다. 감성은 타고나기도 하지만 후천적인 영향이 더 큽니다. 많이 보고 읽고 들어서 그 감동으로 가슴이 흥건하게 젖어 있어야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사진은 가슴으로 찍는 것입니다.

사진에 '굿모닝'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유럽 여행 첫날에 찍은 사진입니다. 영국 런던 히드로 공항 근처 시골 마을에서 아침을 맞았습니다. 하늘에 점점이 떠 있는 구름들이 창문을 두드리며 아침을 깨웁니다. 아침 뉴스라도 듣고 있는 것일까요? 동그란 안테나가 귀를 쫑긋 세웁니다.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 첫날의 설렘을 이 사진에 담았습니다.

사진기자 주기중

[편집자 주] 한국의 사진 인구가 1천만 명인 시대입니다. 날로 좋아지는 스마트폰의 화질과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전문가용 카메라의 발달은 '사진의 전(全) 국민화'를 불러왔습니다. 기획시리즈 '아주 특별한 사진수업'은 사진에 입문하려는 사람들이 사진의 기본을 제대로 닦기를 바라는 사진기자의 마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인간과 사회에 대한 깊은 통찰로 사진에 생명과 영혼을 불어넣기 위한 이 특별한 수업은 매주 수요일 열립니다.

『아주 특별한 사진수업』- 사진가 주기중이 들려주는 좋은 사진 찍는 법(소울메이트)